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한국은행 의안 2025-36호 통화정책방향) 이는 지난 7월, 8월, 10월에 이은 네 번째 연속 동결로,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결과였습니다.(이번에도 한은은?) 하지만 이번 동결 결정은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그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현재 ‘기준금리 동결’이 왜 뜨거운 감자인지, 그 배경과 상세한 내용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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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동결, 그 배경에 놓인 딜레마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지 못하고 네 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족쇄는 단연 ‘고환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드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며, 환율 안정이 통화정책의 중요한 고려사항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미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져 외국인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원화 가치를 추가로 하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빠져나갈 위험(자본 유출)이 있다”는 것이 기존 경제 학계의 시각이며 이러한 우려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도 문제입니다. 금리 인하가 자칫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여러 카페 게시글에서는 “낮추면 환율·집값 뛸 수도”, “집값·환율 불안 속 인하 여력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금리 인하의 부작용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행은 고환율과 물가, 그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과제 앞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기조 변화’
이번 금통위 결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결문에 나타난 미묘한 톤의 변화입니다. 과거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명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두되” 혹은 ‘추가 인하’와 관련된 표현이 축소되었습니다.
이는 시장에 통화정책 완화, 즉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 경제 블로그는 이 변화를 두고 “금리 인하 기조를 사실상 종료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이전보다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자세를 바꾸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한 선제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당분간 금융 안정을 우선시하며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한 ‘인하 종료’를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으며, 이는 금통위 내부에서도 향후 정책 방향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향후 국내외 경제 지표에 따라 언제든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유동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장률 전망 상향, 그러나 착시 효과에 대한 경계
이번 발표에서 또 다른 관심사는 내년(2026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와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힘입어 내수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성장률 전망 상향은 한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더욱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성장률 전망 상향이 투자 심리를 일부 개선시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언론과 블로그에서는 올해(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 연속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하며 “성장률 전망을 절반 가까이 낮춘 것은 한국은행 스스로도 한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이전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인정한 것”이라는 과거의 평가를 기반하여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는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여전히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론: 안갯속 한국 경제, 그리고 한국은행의 고독한 항해
종합적으로 볼 때, 2025년 11월 2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 ‘기대 관리’와 ‘정책 전환’의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 복합적인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고환율과 물가, 부동산이라는 현실적 위협 앞에서 섣부른 완화 정책을 경계하면서도, 저성장 국면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한국 경제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지금 기준금리는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중립금리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현재의 정책이 과도하게 긴축적이거나 완화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외환시장의 ‘한 방향 쏠림’을 경계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더욱 데이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미국의 금리 결정과 같은 대외 변수는 물론,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성장률 지표 하나하나가 다음 금통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늘 결정은 한국은행이 당분간 안갯속을 항해하며 신중한 걸음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