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은 명확한 정책 신호를 주지 않는 ‘의도된 침묵’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존의 강한 기대감을 유지했으며, 이제 모든 관심은 연말 FOMC 회의 전 발표될 고용 및 물가 지표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번 연설은 시장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향후 경제 데이터의 중요성만을 재확인시켜 준 이벤트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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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침묵, 그리고 시장의 확증편향
연말을 앞두고 금융 시장의 모든 관심이 쏠렸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스탠퍼드 대학교 연설이 끝났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향후 금리 정책, 특히 간절히 바라던 금리 인하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얻기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연설은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닌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로 기억될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연설 시작과 함께 “현재 경제 상황이나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연준 위원들이 정책 관련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설은 본래의 주제였던 고(故)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시장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인플레이션 진단이나 금리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파월 의장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전혀 약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여전히 12월 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80% 후반이라는 높은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를 긍정적인 신호, 즉 ‘비둘기파적(완화 선호)’ 기조의 유지로 해석하는 강한 확증편향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악재가 등장하지 않는 한, 기존의 낙관적 시나리오를 고수하려는 심리가 시장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것입니다.(관련 글: [Today’s Keyword] 매파의 연준?, [Today’s Keyword] 금리인하?, [Today’s Keyword] 그래서 금리를 인하한다는거야, 동결한다는거야?)
엇갈리는 정보 속, 투자자의 시선은 어디로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도 감지됩니다. 파월 의장의 연설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자 실망감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파월의 침묵이 곧 긍정의 신호”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모습입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이 과열되면서 일부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12월 금리 인하 급선회”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정보들이 투자자들의 희망과 결합하여 빠르게 확산되기도 하는데, 이는 연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공식 발표와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미국 금리 정책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국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전 세계 자본 흐름의 기준점이 되는 ‘글로벌 돈값’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자본 시장이 개방된 경제 구조에서는 그 영향이 더욱 직접적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발하고, 이는 원화 가치의 상대적 강세로 이어집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12월 2일 코스피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의 강세에 힘입어 3,990선을 회복한 배경에도,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약 1조 3천억 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할 시간
결론적으로, 2025년 12월 2일의 파월 연설은 시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예고된 논 이벤트(Non-event)’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시장의 관심을 더욱 명확한 곳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앞으로 발표될 구체적인 경제 지표입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파월의 입이 아닌, 연준의 최종 결정을 이끌어낼 핵심 데이터, 즉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완전히 옮겨갈 것입니다. 이 지표들이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얼마나 뒷받침해 주느냐에 따라 연말 금리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은 당분간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 기조 속에서 주요 지표 발표 전후로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한두 번의 이벤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거시 경제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핵심 지표들을 면밀히 살피며 신중하게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