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7일 현재, 대한민국 금융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환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50원을 넘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환율 급등의 원인을 두고 “서학개미 탓”이라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격렬한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서학개미 책임론’의 등장과 그 배경
‘서학개미’는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의 부진과 미국 기술주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서학개미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해외 투자가 필연적으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달러 매수’ 수요를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와 더불어, 서학개미의 폭발적인 달러 환전 수요가 외환시장의 수급 균형을 깨뜨려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외환 당국은 달러 결제 수요가 몰리는 오전 9시경 원/달러 환율이 유독 상승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즉, 국가 전체적으로 달러가 꾸준히 빠져나가니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서학개미 페널티’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연 250만 원)을 축소하거나, 현재 22%인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되었습니다. 정부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 장벽을 높여 달러 유출 속도를 늦추고, 해외로 향하는 투자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인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희생양 삼지 말라”…
거세지는 반발과 반론 정부의 이러한 시각에 대해 서학개미를 비롯한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책임 전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은 대외적인 요인과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는 것입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과도한 돈 풀기(소비쿠폰 등)가 물가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인한 ‘킹달러’ 현상,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등 거시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핵심인데, 개인 투자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 과소비가 원인”이라며 국민에게 책임을 돌렸던 논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높습니다.
둘째, 국내 증시의 매력 부재가 투자자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다는 주장입니다.
투자자들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미국으로 가는 것인데, 왜 우리 탓을 하느냐”고 항변합니다. 수년간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와 달리, 명확한 성장성을 보여주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를 징벌적 과세로 막는 것은 자본시장 원리에 어긋나며, 투자자들의 자산 형성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셋째, 달러를 쌓고 있는 기업, 해외 투자를 늘리는 국민연금, 미국 관세 협상 여파 더 큰 요인은 무시한 채, 만만한 대상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기업의 외화예금 월평균 잔액은 약 918억8,000만 달러(약 134조 원, 2025년 3분기 기준), “은행권 기업 달러예금”은 약 786억2,000만 달러(2025년 9월 말 기준)로 800억~900억 달러를 예금으로 쌓아 놓고 있으며, 국민연금 총 자산 1,213조원 중 해외 투자액이 35.5%(431조원, 2024년 말 기준), 미국에만 186조원을 투자(2025년 9월 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200억(약 30조원)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서학개미의 미국 투자액은 288억 달러(2025년 11월 25일까지)로 한화로 약 42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관세 협상 후 정부에서 200억 달러 정도의 규모는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발표한 내용을 감안할 때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큽니다.
종합적 분석 및 전망
‘환율 상승이 서학개미 탓’이라는 논쟁은 단편적인 현상을 넘어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이 처한 복합적인 현실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분명,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자금이 외환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경제학적 원리상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를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글로벌 달러 강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적인 변수들이 원화 가치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논란은 정부가 단기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거시 변수 대신, 정책적 수단을 통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개인 투자’를 손쉬운 정책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서학개미에 대한 직접 규제보다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라인을 구축하는 등의 ‘뉴프레임워크’를 통해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에 더 무게를 싣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방식보다 세련된 접근법으로 평가받습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 11월 27일 현시점에서 ‘서학개미 페널티’인 해외주식 양도세 인상은 공식적으로 부인되었으나,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카드’로 남아있습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환율 문제를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보호, 그리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습니다. 환율 안정을 위한 해법이 개인 투자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향후 환율 추이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