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Keyword] 미국의 통화량, 한국의 통화량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외환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그 핵심 원인으로 ‘한국과 미국의 통화량 격차’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화량 증가 속도가 미국을 크게 앞지르면서 원화 가치 하락과 자산 시장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력과 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문제의 배경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관련 글: [Today’s Keyword] 통화량 증가에 따른 환율과 인플레이션)

 

 

배경: 심화되는 한미 통화량 격차

 

최근 국내외 경제 분석에서 공통으로 지적되는 현상은 한국의 통화량(M2, 광의통화) 증가율이 미국의 증가율을 유의미하게 넘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M2는 현금, 예금 등 시중에 풀린 돈의 총량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국가의 유동성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여러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최근 1년간 한국의 M2 증가율은 8%대 중후반에 이르는 반면, 미국의 M2 증가율은 4%대 수준에 머물러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측정 기간과 방식에 따라 그 격차가 최대 7배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수치는 출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추세가 ‘한국의 유동성 팽창 속도가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통화량 격차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1. 원화 가치 하락과 고환율

경제의 기본 원리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의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면 원화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고환율 현상은 이러한 통화량 불균형이 초래한 가장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한국 돈이 국내에 머무르기보다 해외 자산인 달러로 빠져나가려는 힘”, 즉 ‘원화의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이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이 맞물려 원화 공급을 늘렸고, 이것이 원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자산 시장의 불안정성 심화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며, 역사적으로 그 자금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통화량 증가는 실물 경제의 성장 속도를 앞질러 자산 가격의 거품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향후 금리 인상 시기에는 자산 시장의 급격한 조정을 유발하여 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격차의 원인: 엇갈린 정책과 구조적 수요

 

이러한 통화량 격차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합니다.

우선, 양국의 엇갈린 정책 방향, 즉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한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고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 기조를 유지해 온 반면, 미국은 견조한 경제 회복세를 바탕으로 유동성 공급 속도를 조절하며 긴축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구조적인 달러 수요 증가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최근 타결된 대미 관세 협상에 따른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및 자산 투자 확대는 국내 외환 시장에서 달러의 수요를 꾸준히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엇갈리는 진단: 위기의 전조인가, 새로운 국면인가?

 

현재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과 원화 약세가 과거 외환위기의 전조와 유사하다며 ‘제3차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등 극단적인 비관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의 통화량 증가 속도가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물가 상승률 역시 미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현재 상황을 과거의 위기 국면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합니다. 즉, 현재의 통화량 격차는 위기의 신호라기보다는 변화된 경제 구조에 따른 ‘뉴노멀(New Normal)’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M2 통계 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M2 통계 개편안은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내년 1월부터 M2 산정 기준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일부 수익증권을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수년간 이어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반영하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과의 기준을 맞춰 통계의 국제적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4,430조 원을 넘어선 M2 통계에 대한 시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일종의 ‘통계 마사지’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상당합니다. 통계 기준 변경이 시중의 실질적인 유동성 규모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므로, 시장의 근본적인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론적으로, ‘한미 통화량 격차’는 2025년 한국 경제가 마주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고환율, 자산 시장 불안, 잠재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우리 경제의 체질과 정책 당국의 대응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 그리고 대규모 해외 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 조달 방식 등이 향후 원화 가치와 한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관련 정보 출처]

* 한국은행 통화량(M2) 통계 개편 관련
* 한국은행은 통계 기준 개편에 대한 상세 내용을 보도자료 및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또는 관련 보도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ECOS) 바로가기]